슬랙 도입기(How to start Slack)

슬랙(Slack)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용 사내 메신저다. 슬랙은 2013년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작 4년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전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몇일전에는 아마존에서 슬랙 인수에 참여했는데 인수가가 10조원에 이른다는 소식도 들린다.

슬랙(Slack)

슬랙 메신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슬랙은 “채널”들로 구성된 메신저다. 해당 채널들은 공개되어있고 누구나 원하면 참여할 수 있고, 검색이 되며, 알림이 간다. 방송국에서의 ‘채널’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1 써드파티 서비스들과 연동을 쉽게 할 수 있고, 해당 기능을 통해서 각종 알림을 받을 수 있고, 자체 슬랙 API를 활용해서 슬랙 기반의 간단한 챗봇도 만들 수 있다.

슬랙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글들을 참고하자.

이글은 슬랙에 대한 기능 설명이 아닌 슬랙을 실제 조직해서 도입한 사례를 공유하는 글이다.

슬랙과의 만남

슬랙을 처음에 접했을때가 벌써 수년전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던 직원이 국내에 있던 다른 직원을 초대했고, 나도 얼떨결에 같이 초대를 받았다. (슬랙이 2013년에 런칭하자마자 8,000명이 가입했을정도로 출시직후부터 인기가 많았다.) 솔직하게 고백컨대 왜 좋은 툴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기존의 메신저와는 너무 달랐다. 사내 몇몇 개발자가 쓰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사람들이 많이 쓰는 계기가 되지는 않았다. 가장 큰 반대에 부딪힌 부분이 슬랙에는 전화 기능이 없어서 결과적으로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이 있을때는 스카이프를 써야해서 도입이 되지 못했다.

슬랙 도입 1차 실패 - 슬랙 알아보기

베를린은 현직장의 본사로 가장 많은 인원이 상주하고 있고, 샌프란과 서울이 각각 미주지역과 아시아 지역의 지역본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본사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이되고 있지 않은 서비스를 지사에서 적극적으로 가져가기는 쉽지않다. 더욱이 누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불분명하고 해당 서비스를 왜 사용하는지에 대한 회사 리더십의 입장도 명확하지 않았다.

위 같은 상황에 베를린에서 도입해서 지사로 뻗어나가는 방식으로 슬랙을 도입하는 것은 어려웠다. 계속해서 서울오피스에서는 이전과 같이 스카이프와 이메일로 지속적으로 업무를 했다. 추후에 슬랙이라는 툴을 개인적으로 써보고, 현재 쓰고 있는 서비스의 문제점을 좀더 자세히 파악해 보고, 슬랙이 해당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슬랙 도입시작 - 서울과 샌프란시스코

커뮤니케이션 툴은 매일마다 사용하는 서비스이기에 모든 구성원이 새로운 플랫폼에 빠르게 적응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기존 베를린부터 설득하는것은 어렵기에 서울팀 전용 슬랙팀을 따로 셋업하기로 했다.

이후 1-2달은 적응기간을 거쳤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직원들의 만족감이 높았고, 앞서 언급한 스카이프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대부분 해결되었다. 위의 도입과정과 비슷하게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도 슬랙을 사용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주도적으로 슬랙을 도입을 담당했던 담당자와 정기적으로 싱크를 했고, 지속적으로 슬랙을 활용해서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적어도 서울과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구성원들이 슬랙이라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 익숙해져 갔는데 한 가지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관련해서 기술적인 부분과 행정적인 부분을 사전에 확인해보았다.

슬랙, 드디어 하나로 합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회사 임원레벨에서 슬랙을 전체적으로 재도입하는 방향에 대해서 설명했고, 이후 중간관리 매니저들에게도 해당부분을 미리 공지를 했다. 먼저 샌프란시스코팀의 슬랙을 베를린에 통합했고, 채널들을 정리했다. 이후 서울팀의 슬랙도 베를린팀의 슬랙으로 통합했다.

각종 이모티콘, GIF등 활용해서 직원들끼리 장난치기도 하고, 글로벌 오피스간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원활해졌다. 슬랙이 컨퍼런스콜 기능을 도입하면서 스카이프를 써야할 유인이 크게 없어졌다. 무엇보다 스카이프를 쓰면 되는데, 왜 슬랙을 쓰냐는 이야기는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다.

빠른속도로 기능이 업데이트되고 있는 서비스여서 사내 프로세스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관련 부서별로 구체적인 역할과 책임을 부여했다.

조직과 함께 진화하는 슬랙

슬랙의 가장 큰 장점중에 하나가 써드파티 및 각종 API를 연동해서 자동화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발직군은 업무의 특성상 해당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기타 직군은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단한 사내 적용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계속해서 어떻게 기존의 업무를 슬랙을 통해서 자동화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슬랙도입기 - 소회

슬랙은 훌륭한 툴이다. 사내에 슬랙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추후에 여러사람으로부터 칭찬받았다. 몇일전 아마존에서 슬랙을 10조원에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툴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모든 구성원들을 일시에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 적극적으로 도입에 대한 취지를 얘기하고 해당툴 도입에 대한 장점이 명확하다면 추진력있게 도입하는 것이 최선인것 같다.

슬랙도입 이후 통계

슬랙 도입 이후에 주고받은 메시지의 숫자를 통계로 보여주는데 뭔가 뿌듯하다.

한국조직에서의 슬랙

슬랙은 글로벌하게 크고, 작은 회사들이 활용하고 있다. Lush, Jet.com 등 듣기만 해도 알만한 기업들도 많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슬랙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이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것 같다. 몇몇 스타트업들에 슬랙 사용 여부를 물어봤을 때, 활용을 잘하는 곳들도 있었지만 카카오톡과 병행해서 쓴다는 대답도 많았고,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스타트업이 이런 상황이니 대기업/중소기업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슬랙은 ‘채널’을 바탕으로 한 공개대화가 중요하다. 공개대화 자체가 회사의 아카이브에 저장되어 누구나 검색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보통 국내 대부분 조직에는 명확한 위계서열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촘촘한 보고라인이 있다. 회사내 자신이 필요한 내용을 편하게 보고 받기를 원하는 조직문화에서 슬랙 도입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슬랙은 회사내 리더십의 적극적 활용 및 지지가 중요하다. 회사내 임원이나 매니저가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고, 해당 결정에 대한 맥락을 알아보고 학습할 수 있기에 실무자들과 의사결정자들간에 정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국내에서 ‘잔디’와 같이 슬랙과 유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사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1. 슬랙에서도 기존의 메신저처럼 비공개 개인간 메시지가 가능하지만 이게 핵심은 아니다. 

  2. 기존에 아이디/비밀번호만 입력하던 방식해서 보안을 위해서 핸드폰 등의 추가기기로 인증을 한번더 받게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3. SSO(Single Sign-on), 통합 계정을 의미하며, 구글 앱스를 사용하는 회사의 경우 해당 계정만으로 가입 및 로그인이 가능하다. 편리함도 있고, 구글의 로그인 서비스를 사용하는것이기에 보안에도 유리하다. 

  4. 네이밍 컨벤션은 보통 개발자들이 쓰는 명명규칙을 의미한다. 현재 슬랙에서는 (회사이름)-(지역)-(직무) 로 기본적인 채널이름 규칙을 만들어 놓았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이고, 실제로 직원들이 원하면 어떤 채널이든 만들 수 있다. 

  5. 현 직장에서는 구글앱스라는 기업용 구글 솔루션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