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
챗지피티(Chat GPT)가 2022년 말에 출시된 지 2-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AI의 발전 속도는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릅니다. 처음에 AI 에이전트1가 나왔을 때만 해도 뭔가 엉성했습니다. 개발 코드는 신기하지만 에러 투성이였고, 생성된 이미지와 영상은 재미는 있으나 상업성은 없었으며, 생성된 답변은 그럴듯한 거짓말, 즉 환각(Hallucination)이기 십상이었습니다. 챗지피티에게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을 물어보면 시종일관 그럴듯한 거짓말로 스토리를 만들어 한때 인터넷 밈이 되기도 했죠.
AI가 나온 초기만 하더라도 단순 반복적인 작업은 AI가 충분히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은 쉽게 따라오지 못하리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미드저니2로 만든 일부 이미지는 이제 실사와 분간이 어려울 정도고, 해당 이미지로 만든 영상의 퀄리티도 비약적으로 올라갔습니다. 최근 릴리즈된 Claude Code와 Gemini CLI3 등을 활용해서 램프의 지니처럼 AI를 내 개발 환경으로 소환해서 개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복적인 뉴스는 이미 AI가 쓴 지 오래되었고, AI 앵커가 사람처럼 뉴스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미 의사, 변호사, 기자, 일러스트레이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이전에 고부가가치로 여겨지던 직업들을 빠른 속도로 대체해나가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용자들이 웹이나 앱을 통해서 프롬프트4라는 명령어를 던져서 작업을 수행하지만, 이제 개발자들이 개개인의 터미널과 가상환경에서 AI를 소환해서 코딩을 하는 것처럼, 세상은 AI와 연결이 쉬운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이 글에서는 8가지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AI 시대를 헤쳐나갈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간결함과 명료함: 본질을 꿰뚫는 능력
AI로 콘텐츠를 작성해본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AI가 생성한 텍스트는 장황하고 소위 TMI5 (Too Much Information)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AI는 보통 사용자의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가능한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답변을 생성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대안과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다 보니, 글의 초점이 흐려지고 읽는 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쉽습니다.
2. 빠른 학습 능력: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기
자본주의의 역사를 보면,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생산성이 몇 배나 늘어난다고 해서 개인의 여유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제의 ‘1인분’과 오늘의 ‘1인분’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본격 AI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1인분’을 요구합니다.
새로운 1인분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AI 도구를 잘 다뤄야 하고, 변화가 빠른 만큼 배운 도구를 어떻게 업무에 빠르게 적용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기존에 존재했던 직무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기도 하는 등 앞으로 수년간은 일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AI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 되고 있고, 그 생태계에 속한 도구들도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옵니다.
3. 완료력: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끈기
최근 AI를 가지고 ‘바이브 코딩’6도 해보고 여러 개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완료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AI는 처음에 제안한 문제에 대해서는 마치 척척박사처럼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막상 프로젝트의 복잡도가 올라가면 일관된 답변을 유지하기 어려워합니다. 소위 ‘맥락(Context)’의 길이에 제한이 있다 보니, 이전에 잘 해결했던 문제도 다시 헤매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노하우가 쌓이고, AI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어떻게 완성도 있게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감각이 생깁니다.
4. 사고실험: 상상력을 현실로 스케치하는 능력
AI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이게 될까?’ 하는 상상 속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이런 아이디어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보통 검색을 통해 답을 찾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주제라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일종의 사고실험7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습니다. ‘실험’이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는 AI의 답변이 항상 100% 정확하거나 실현 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거나 개념적인 스케치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입니다. 여러 방식으로 사고 실험을 하다 보면, 다양한 대안과 방식들 중에서 나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5. 질문력: 원하는 답을 얻어내는 기술
AI는 질문을 잘해야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 글을 써줘”라고 하는 것보다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에 대한 블로그 글을 써줘. 주요 독자는 20-30대 직장인이야. 내용은 간결하고 명료하게, 전문가처럼 보이게 작성해줘. 마지막에는 핵심 요약을 추가하고, ‘AI 에이전트’와 ‘프롬프트’라는 용어는 각주로 설명해줘.”와 같이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용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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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Agent): 사용자를 대신하여 특정 목표(예: 항공권 예약, 시장 조사)를 달성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사용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AI를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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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저니(Midjourney): 텍스트 설명(프롬프트)을 기반으로 고품질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예술, 디자인,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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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mini CLI: 구글의 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를 커맨드 라인 인터페이스(CLI)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도구. 개발자들이 터미널에서 직접 AI와 상호작용하며 코딩, 디버깅 등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돕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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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Prompt): 인공지능 모델에게 원하는 결과물을 생성하도록 지시하는 명령어 또는 질문. 프롬프트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AI가 생성하는 결과물의 품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분야가 생겨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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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한 정보’라는 뜻의 신조어. 대화나 글에서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거나 불필요한 정보를 늘어놓는 상황을 가리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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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코딩(Vibe Coding): 명확한 설계나 계획보다는 전체적인 느낌(Vibe)이나 직관에 의존하여 코드를 작성하는 방식. 특히 AI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이런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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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실제 실험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 머릿속으로 가상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연구 방법.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많은 과학적 발견이 사고실험에서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