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리프트에서 지난 5년을 정리하며
한달 전에 이미 퇴사소식을 알려드렸는데 오늘이 드디어 마지막 날입니다. 다음주 부터는 공식적으로 제가 조인할 회사와 서비스에 대해 소개드리겠습니다. 지난 5년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어서 지난 일주일간 마음이 싱숭생숭 했네요. 5년 동안 배운게 너무 많지만 배운 것 몇가지 정리를 해봅니다.
0) 인터뷰에 언제나 포함되어있는 질문인데, 5년후에 뭘 할거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큰 망설임없이 대답했는데, 5년동안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지 배워서 나중에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어요. 당돌하게 인터뷰 했던것 같은데 이를 좋게 봐서 뽑아준 회사에 감사하죠.
1) 애초에 독일 본사로 취업을 했는데 초기에 조인한 포지션이 EiR(Entrepreneur in Residence)로 한국으로 치자면 신규 시장의 선발대의 역할로 조인했습니다. 본래는 독일에서 일을하려고 독일 취업비자까지 받았는데 당시 APAC의 모바일 시장이 급속히 확장되는 것을 보고 한국으로와서 지사를 설립하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계약은 9개월이었고, 한국 지사 설립이 잘되면 다른 지역으로 가서 지사를 설립하던지, 베를린으로 돌아간다던지, 당시 계열사의 다른 스타트업으로 간다던지의 옵션이 있었죠. 처음에는 오피스를 세팅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서 사무실을 계약하고 간식도 사고 급여도 이체하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매체쪽 영업도 해보고, 광고주 영업도 했습니다. 9개월 시점이 흘렀을 때 결과적으로 한국에 남아서 사업을 더 성장시켜보기로 결심했는데 뒤돌아보면 정말 잘한 결정 같습니다. 덕분에 성장하는 시장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매력적인 애드테크라는 분야를 알게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회사내에서 안해본 역할이 없습니다. 국내 시장, 동남아 시장, 매체영업, 광고주영업, 프로젝트 관리, 외주개발, 내부개발, 써드파티솔루션 도입 등 해당 시점에 제가 어느 직장을 들어가서 이런 경험을 다해봤을까 싶습니다.
2) 정말 좋은 동료들과 보스를 만난 것.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직속 상사가 좋지 않으면 회사 자체가 싫어진다고 하죠. 제가 APAC 직원 1호여서 제 상사가 저보다 늦게 오피스에 입사했는데 보스의 이전 직장이 엄청 빡센 곳이라고 미리 들어서 다소 걱정을 했습니다. 완전 기우였구요. 지난 5년 동안 정말 좋은 롤모델로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키고, 커뮤니케이션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경영’에 대해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이전의 저를 되돌아보면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배울 점이 많아요. 그리고 훌륭한 동료들을 만났구요. 다들 각자 개성이 있어서 업무를 하면서도 서로 많이 배웠지만 무엇보다 업무외적으로 팀활동, 오프사이트 등을 할때도 거리낌이 없어서 정말 재밌었던거 같아요.
3) 언제나 불확실한 미래와 변화에 놓여있는 것. 제가 한 5년전부터 생긴 좋은 습관이 적어도 한달에 5-6개 정도의 일기를 쓰는건데요. 짧게라도 쓰자고 다짐하고, 지금까지 그 습관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데이원(Day One)이라는 앱을 통해서 일기를 쓰는데 마치 페북에서 몇년전 같은 날짜에 알림을 주는것처럼 해당 일기장에서 알림을 줘요. 저는 항상 제가 마주한 현재의 상황이 가장 불안하고, 변화가 많다고 느꼈는데 해당 일기장에 쓰여진걸 보니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어요.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지금도 마찬가지의 마음이구요. 지금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덤덤하게 이런 변화를 받아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항상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던 사람에게 범퍼카가 재미없듯이 어떻게 보면 앱리프트에서 그 롤러코스터를 타는 재미를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4) 문화가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된다는 말은 정말 지겹도록 들은 것 같은데요, 그럼 어떤게 좋은 문화의 회사냐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조인할 때 앱리프트는 20-30명 정도의 회사였기때문에 회사의 문화도 지속적으로 변화해왔습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운좋게) 저도 점점 더 직급이 높아지면서 계속해서 좋은 문화를 유지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깨달았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은 문화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하는지, 회의는 어떻게 하는지, 피드백은 어떻게 서로 주는지, 어떻게 평가하고, 평가 받는지, 어떤 사람들을 채용하는지 등 정말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화가 좋지 않아지는 것은 거의 십중팔구 리더십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모두 리더의 책임이라는거죠.
5)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과 서비스에 노출된다는 것. 모바일 광고플랫폼 회사들은 대부분 B2B, 즉 회사간 거래를 위주로 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술기반의 플랫폼 회사들에서 일하시는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소수의 인력이 정말 많은 일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툴을 매번 만들어 쓸수가 없기때문에 다양한 외부 솔루션을 활용하게 됩니다. 요즘은 슬랙, 트렐로, 세일즈포스 등의 솔루션이 유명해졌지만 입사때부터 지금까지 십수가지는 넘는 글로벌 프러덕트에 노출이 되어왔습니다. 두가지의 깨달음이 있었는데. 한가지는 아무리 툴이 좋아도 사람들이 활용을 안하면 부질없다는것이구요. 효과적인 툴을 사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비롯한 각종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광고분야는 어떤분야보다도 다루는 데이터의 양이 엄청난데 이런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제 시작하려는 스타트업에 많은 영감을 주었구요.
6) 좋은 인연들과 수많은 외부 미팅. 모바일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실무를 담당하다보니 수많은 고객사분들을 만나고, 다양한 컨퍼런스를 다니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백번 글을 읽는것보다 다양한 업계분들을 만나서 미팅을 진행한게 정말 피와 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에이전시, 광고주, 써드파티, 매체 등 각기 다른 고민을 듣는 것만으로 공부가 되었던 것 같아요. 업계의 다양한 분들이 각기 다른 영역에서 두곽을 나타내고 계셔서 앞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7) 마지막으로 앱리프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 업계에 계신분들과 가끔 농담삼아 얘기하는데 주변에 제가 어떤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이해시키는게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업계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어느정도 이해시킬 자신은 있지만 항상 설명이 필요한 분야라는게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다음번에 내가 하게될 분야는 그냥 프러덕트를 딱 보면 이게 뭐하는 프러덕트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걸 만들자. 그래서 하는 중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